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모두들 댁내 건강하신지요.
이 글을 읽을 불특정다수의 분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어제 세브란스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시아버님께서 인후통이 심하시고 가래가 심하셨어요.
아버님은 암환자이십니다.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신 후 몸이 아파지신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아마도 계속 추운 나날들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약해지신 몸에 감기가 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토요일부터 아프셨다 하는데 참고 참으시다 근처 사는 저희에게 일요일에 연락을 하신 게지요.
남편은 바쁜 일이 있어서 대신 제가 차로 움직이게 되었어요.
저희는 김포에 살다보니 세브란스까지 막히지 않을 때 40분가량 걸려요.
평일과 휴일의 교통 사정은 다르지만 다행히 휴일의 고속도로 사정이 좀 더 좋았네요.
운전이 미숙하지만 바쁜 남편을 대신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세브란스에 갔습니다.
요새 같은 세상에 그냥 출발할 수는 없고 아버님은 세브란스 응급실에 먼저 전화를 거시고 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곤 출발하셨어요.
한동안 의료파업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다 하여 바로 움직였답니다.
평소 힘드셔도 어머님을 의지해서 걸어 다니시거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는데 얼마나 아프셨으면 바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시더라고요.
세브란스에서 보호자는 1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어머님께서 아버님과 함께 응급실을 따라 들어가시고 저는 세브란스 병원로비에서 기다렸답니다.
아버님 걱정에 어머님은 응급실에서 조금의 짬도 못 내시고 계속 곁을 지키셨고 결국 저녁도 못 드시고 내내 아버님과 함께 계셨어요.
저 또한 휴일이라 조금 한산한 로비에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여서 입원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요.
결국 5시간 이상 기다린 후 아버님은 검사 결과에 의해 입원이 결정되었고 상태가 중하셔서 어머니도 보호자로 같이 들어가시게 되었어요.
아버님은 세브란스에 평소 진료를 보러 다니시는데 주로 암병동 쪽을 이용하십니다.
이번에도 입원 역시 암병동 쪽으로 입원하게 되었어요.
그동안에는 입원하시는 일이 있어도 주로 혼자 입원하시고 어머니께서는 면회 시간에 다녀오시곤 했는데 아버님이 상태가 많이 중하신가 봅니다.
저는 살면서 이런 3차 병원을 이용할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벌써 양가 가족들 중 3명이나 세브란스에 입원하는 경험을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브란스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점차 확대하였는데 그래도 중한 환자들에겐 보호자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리고 보호자를 바꾸어서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코로나와 같은 시국도 있었고 그 이전에는 메르스를 겪으면서 병원 문화가 많이 바뀌어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누가 아프면 다같이 몰려가서 면회를 하거나 했는데 이제는 면회 문화도 병실은 피하도록 하고 다른 장소에서 면회를 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면회 문화가 바뀐 것은 병실의 분위기를 쾌적하게 만들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없는 것이 어떨 땐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처음 세브란스에 와서 병실에 들어왔을 때 모두들 커튼을 치고 각자의 생활을 했습니다.
병실 안에는 TV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대신 층마다 휴게실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TV를 봤던 것 같네요.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거나 패드 혹은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더라고요.
다시 돌아와서 아버님은 당분간 입원생활을 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저희도 병원을 오가며 1월을 보내게 될 것 같네요.
덕분에 김포에 와서 관내만 운전하며 다니던 제가 세브란스 길을 오롯이 마스터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서 아버님이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님도 아버님이 좀 쾌차하셔서 집에 오셔서 쉬셔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날씨가 추운 가운데 아버님도 아프셔서 입원하셨다보니 글이 좀 센티하게 써진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좀 바뀌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있었던 인상깊었던 일도 하나 말할까 합니다.
저희 남편도 2019년 세브란스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좀 긴 시간이었어요.
한 3달여간 입원을 한 시기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원래 3차 병원은 한 달 이상 입원을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그 당시 퇴원을 하게 되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담당의사선생님께서 저를 따로 부르셔서 한 달 이상 있을 수 없지만 지금 심평원에 매번 서류를 내고 있다고 하시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지요. 그 당시에는 세브란스 본관에서는 저희가 있던 18층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저희 남편은 워낙 중하다 보니 제가 병원에서 같이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런 상태였을 때 의료진의 이런 배려가 너무 감사했고 세브란스 병원 전체에 대한 이미지까지도 제 마음속에서는 너무 좋아졌지요.
아마 2달 정도 되었을 때는 결국 다른 층의 병실로 옮겨졌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저희도 18층이 너무 좋았지만 다른 층에서 한 달여 정도 더 있다가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아마 차차 이야기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 병원 생활을 하니 나름 여러가지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어요.
물론 저보다는 센스 있는 남편 덕에 그러했는데요.
병원 안에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있었어요.
1. 무인택배함
아버님을 모시고 병실에 다녀온 후 이동하다 보니 무인택배함이 보이더라고요.
예전에도 남편이 여름에 들어와서 가을 끝무렵에 병원을 퇴원하다 보니 날씨가 추워져서 옷을 구매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택배함이 있는지는 몰랐다가 병원에 하도 오래 있다보니 산책을 나갈 수 있는 시간에 여기저기 다니다가 무인택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택배를 너무 사랑하는 저희 남편은 그 길로 필요한 것들을 택배로 시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날씨가 추워지니 병원복 위에 다운조끼를 사서 입기도 하고 제가 먹고 싶어 하는 군것질들을 사서 쟁여두기도 했답니다.
그때는 제가 뚜벅이 신세여서 운전도 못하고 집에 다녀오는 것도 자유롭지 않아서 택배 시키는 것이 참 유용했답니다.
2. 코인세탁소
이것도 유레카였습니다. 코인세탁소 역시 있는지 모르다가 면회 오신 손님들 배웅하다가 오며 가며 발견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날마다 살림살이가 늘어가던 저는 제 빨래를 집까지 가져가서 빨지 않아도 여기서 세탁과 건조를 한꺼번에 해결하게 되었어요.
마침 생각난 김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너무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글들이 있네요.
기억나는 것은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찾아보니 현재는 5,500원이면 세탁과 건조가 다 가능하다는 글이 있네요.
그런데 카드는 불가하니 현금은 챙겨와야 한다고 하네요.
본관 1층 주차장 입구라고 해야 할까요? 그곳에 있었습니다.
일하시는 직원 분들은 의료진들의 옷을 세탁해 주시고 건조해주시고 포장까지 해 주시는 거 같았어요.
그 외에도 카페와 은행 그리고 세상의 모든 필요한 것들이 있는 편의점까지 세브란스에서 살아도 되겠다며 감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남편하고 참 사이가 좋았었네요. ㅎㅎ
지금은....
이미 그 힘들었던 시절은 지나가고 오늘의 하루도 약간의 다툼과 피곤함으로 하루를 마쳤는데 늦었지만 다정한 표현 하나 해주고 지나가는 하루가 되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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